감자별의 시청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폐지설까지 나왔었나 봅니다. 참 알다가도 모를일이라는게 이런건가 봅니다. 물론 예전에도 작품은 괜찮았지만 시청률이 따라주지 못했던 드라마가 없었던건 아니지만 감자별은 시트콤 드라마치고는 제법 재미도 있는데다가 에피소드 마다 담긴 이야기들이 나름 의미를 담고 있어서 시청율 역시 따라 주리라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초기에 시선을 잡아 끄는게 중요한데, 감자별은 두가지를 내세웠죠. 노씨집안과 (주)콩콩이 주요 배경이므로 사장인 노수동(노주현)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들었고, 중년(사실 중년이라기 보다 노년에 가깝지만 노수동의 아버지인 노송(이순재) 때문에 중년으로 표현)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전립선 비대증으로 오줌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부분을 포인트로 웃음을 유발하려 했지만 오히려 이 부분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첫회 출발을 1% 넘는 시청율로 시작한 걸 오히려 까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말았습니다. 반면에 어디서 살았는지 어디로부터 무엇을 하다 왔는지 모를 홍혜성(홍버그,여진구)이 나진아네 집에 종종 화장실을 이용하러 들락날락 하게 되고, 그 가운데 (주)콩콩에 입사한 나진아가 좌충우돌 인턴생활을 하다 감자별이 지구에 떨어지는 줄 알고 여진구와 하연수가 키스를 하는 장면이 초반의 주요 내용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진아의 집이 개발에 밀려 허물게 되고, 기본 베이스가 되는 공간이 사라지면서 나진아와 엄마가 노수동네 주차장에서 생활하게 되면서부터는 오히려 여진구와 하연수의 비중은 조금 줄어들고, 노씨 집안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더 많은 분량으로 나오기 시작했죠.

 

트러블메이커 라고 하죠. 문제를 만들어 내는 사람은 어디서나 있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시트콤이다 보니 모든 등장인물에 케릭터를 부여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식구 한명한명 트러블 메이커가 아닌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각각 개성도 강하고 자존심도 강합니다.

 

특히 감자별 22회에서는 두가지 중심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노송(이순재)와 며느리인 왕유정이 사사건건 누가 더 잘났는가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리는부분인데 그 연장선에서 노송은 손자인 노민혁의 기억을 살리기 위해 뇌에 자극을 주는게 좋다는 말에 온 가족이 모여 하게 된 369게임에 참여하게 되나 적응하지 못하고 쩔쩔 매고, 왕유정은 노준혁(여진구)가 돌아온 이후 잘 대해주지 못한게 미안해서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은 덜 강하게 받아치고 넘어가 줍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느끼는 점은 다름 아닌 체면으로 부터 비롯되는 문제들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경험과 관록으로 인해 누구보다 빠르고 현명한 판단으로 좋은 조언자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빠르게 변해 가는 세상에 적응하기 보다 자기식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려다 보니 모르는 부분이 있어도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지 않고 인디언밥을 줄곧 당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꺽지 않고 불쾌하게만 생각한다는건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닐지로 모릅니다. 그러나 필자는 무작정 잘못되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 가며 보다 더 깨어있기 위해 노력하는게 더 좋을지는 모르지만 사실 보수 라는건 이런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부분에서 비롯된 개념이고, 우리 모두는 나이를 먹어가며 노송처럼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감자별369게임의 룰을 끝내 이해하지 못한 노송

 

인디언밥을 당하면서도 그때까지 룰이 뭔지 이해하지 못한 노송

 

"알긴 개뿔. 누가 빌려줬는지 왜 설명을 안해"

 

지혜와 지식은 다르다는 점을 모를 리가 없음에도 오랜기간 자존심 싸움에 체면에...여러모로 인정하지 않는 버릇이 몸에 배어 있다 보니

끝내 지식적인 부분에 있어서 부족함을 인정치 않고 자존심만 세우려 하고 있는 노송.

현실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한 이런 유형은 소수가 아니라 다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는 아니어도 살아가며 그렇게 되어가는 경향이 있는 것이고, 이런 틀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오리려 생각보다 적습니다.

 

감자별22회노민혁은 기억을 잃은 후 게임을 하고 산수를 배우며 두뇌 훈련을 하고 있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노수동이 중년의 버킷리스트를 연상케 하는 오토바이크 충동구매를 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에피소드를 왜 감탄하며 보게 되느냐면 필자의 지인 중에 한명도 노수동에 비해 조금 나이가 적긴 하지만 중년이 남자로서 오토바이를 갖고 싶은 욕심에 면허도 없이 불쑥 사버리고는 그 때부터 준비해서 결국 면허를 따고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걸 보았기 때문입니다. 생긴것도 방송에 나온 바이크와 비슷하고 말이죠.

 

어서 환불하고 오라는 왕유정의 말에 노수동은 죽기전에 한번 타보겠다는데 너무하는것 아니냐고 하소연합니다. 노수동을 보면 평소에 자신이 남에게 어떤 이미지인줄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괜한 엄살에 자기애가 강하고 예민하기만 한 그가  주변에 좋은 이미지를 남기긴 어렵죠. 겁이 많고 예민한데다가 생생내기 좋아 하는 분들....의외로 세상에 이런 노수동 스타일의 성격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조그만 한가지만 도와줘도 일일이 고맙다는 인사를 받지 못하면 삐져 버리고, 내가 이런 상황인데 왜 주변에서는 안 알아주나 하고 은근히 많은 신경을 쓰는 그런 타입이죠. 그러니 그가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 샀다고 말해도 식구들은 크게 공감해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 보면 괜히 아무 이유 없이 노수동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건 아닙니다. 남자들은 40대 이상 60대에 이르러서도 오토바이크를 몬다는데 있어서 바라마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감자별노수동은 오토바이를 사놓고 모셔놓고 있다. 사긴 샀는데 탈줄 모르는 그.

 

 

생색내기 좋아하고 자기애가 강하며 소미하기까지 한 노수동이 자초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식구들 역시 노수동을 그리 살뜰하게 챙겨주진 않습니다. 자업자득이라 하기엔 노씨집안의 구성은 많은걸 느끼게 해줄 만큼 자기 색을 담아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죠. 누구보다 자기애가 강한 노송의 아들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 끝내 노민혁 마저 산수의 빌려주고 빼는 개념을 알아 버리자 괜히 세상에서 노송 자신만 모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데...나중에 노년이 되었을 때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지식적으로 외톨이가 된 기분을 우리도 모두 느끼게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비록 시트콤이지만 웃음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대본을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노수동이 오이사 앞에서 할리를 타본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나뉜다는 말을 하는 장면을 보고 끝내 버리지 못하는 그 허세에 웃음이 나오더군요. 자신이 직접 타진 못했지만 길선자(오영실)의 뒤에라도 타본 그 경험을 그렇게 바꿔 말한다는 게 웃기면서 한편으로는 바쁘게 살아 가며 하고 싶은걸 못하고 살아온 중년의 이야기라 생각하니 그리 나쁘게만 보이진 않았습니다. 많은걸 억누르고 살아가는 중년남성의 버킷리스트에 오토바이가 종종 이름을 올리고 있는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