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별'에 해당되는 글 2건

  1. 감자별 노수동의 오토바이는 중년의 버킷리스트
  2. 감자별, 장기하가 살아야 노수영도 산다

감자별의 시청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폐지설까지 나왔었나 봅니다. 참 알다가도 모를일이라는게 이런건가 봅니다. 물론 예전에도 작품은 괜찮았지만 시청률이 따라주지 못했던 드라마가 없었던건 아니지만 감자별은 시트콤 드라마치고는 제법 재미도 있는데다가 에피소드 마다 담긴 이야기들이 나름 의미를 담고 있어서 시청율 역시 따라 주리라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초기에 시선을 잡아 끄는게 중요한데, 감자별은 두가지를 내세웠죠. 노씨집안과 (주)콩콩이 주요 배경이므로 사장인 노수동(노주현)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들었고, 중년(사실 중년이라기 보다 노년에 가깝지만 노수동의 아버지인 노송(이순재) 때문에 중년으로 표현)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전립선 비대증으로 오줌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부분을 포인트로 웃음을 유발하려 했지만 오히려 이 부분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첫회 출발을 1% 넘는 시청율로 시작한 걸 오히려 까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말았습니다. 반면에 어디서 살았는지 어디로부터 무엇을 하다 왔는지 모를 홍혜성(홍버그,여진구)이 나진아네 집에 종종 화장실을 이용하러 들락날락 하게 되고, 그 가운데 (주)콩콩에 입사한 나진아가 좌충우돌 인턴생활을 하다 감자별이 지구에 떨어지는 줄 알고 여진구와 하연수가 키스를 하는 장면이 초반의 주요 내용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진아의 집이 개발에 밀려 허물게 되고, 기본 베이스가 되는 공간이 사라지면서 나진아와 엄마가 노수동네 주차장에서 생활하게 되면서부터는 오히려 여진구와 하연수의 비중은 조금 줄어들고, 노씨 집안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더 많은 분량으로 나오기 시작했죠.

 

트러블메이커 라고 하죠. 문제를 만들어 내는 사람은 어디서나 있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시트콤이다 보니 모든 등장인물에 케릭터를 부여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식구 한명한명 트러블 메이커가 아닌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각각 개성도 강하고 자존심도 강합니다.

 

특히 감자별 22회에서는 두가지 중심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노송(이순재)와 며느리인 왕유정이 사사건건 누가 더 잘났는가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리는부분인데 그 연장선에서 노송은 손자인 노민혁의 기억을 살리기 위해 뇌에 자극을 주는게 좋다는 말에 온 가족이 모여 하게 된 369게임에 참여하게 되나 적응하지 못하고 쩔쩔 매고, 왕유정은 노준혁(여진구)가 돌아온 이후 잘 대해주지 못한게 미안해서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은 덜 강하게 받아치고 넘어가 줍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느끼는 점은 다름 아닌 체면으로 부터 비롯되는 문제들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경험과 관록으로 인해 누구보다 빠르고 현명한 판단으로 좋은 조언자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빠르게 변해 가는 세상에 적응하기 보다 자기식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려다 보니 모르는 부분이 있어도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지 않고 인디언밥을 줄곧 당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꺽지 않고 불쾌하게만 생각한다는건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닐지로 모릅니다. 그러나 필자는 무작정 잘못되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 가며 보다 더 깨어있기 위해 노력하는게 더 좋을지는 모르지만 사실 보수 라는건 이런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부분에서 비롯된 개념이고, 우리 모두는 나이를 먹어가며 노송처럼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감자별369게임의 룰을 끝내 이해하지 못한 노송

 

인디언밥을 당하면서도 그때까지 룰이 뭔지 이해하지 못한 노송

 

"알긴 개뿔. 누가 빌려줬는지 왜 설명을 안해"

 

지혜와 지식은 다르다는 점을 모를 리가 없음에도 오랜기간 자존심 싸움에 체면에...여러모로 인정하지 않는 버릇이 몸에 배어 있다 보니

끝내 지식적인 부분에 있어서 부족함을 인정치 않고 자존심만 세우려 하고 있는 노송.

현실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한 이런 유형은 소수가 아니라 다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는 아니어도 살아가며 그렇게 되어가는 경향이 있는 것이고, 이런 틀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오리려 생각보다 적습니다.

 

감자별22회노민혁은 기억을 잃은 후 게임을 하고 산수를 배우며 두뇌 훈련을 하고 있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노수동이 중년의 버킷리스트를 연상케 하는 오토바이크 충동구매를 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에피소드를 왜 감탄하며 보게 되느냐면 필자의 지인 중에 한명도 노수동에 비해 조금 나이가 적긴 하지만 중년이 남자로서 오토바이를 갖고 싶은 욕심에 면허도 없이 불쑥 사버리고는 그 때부터 준비해서 결국 면허를 따고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걸 보았기 때문입니다. 생긴것도 방송에 나온 바이크와 비슷하고 말이죠.

 

어서 환불하고 오라는 왕유정의 말에 노수동은 죽기전에 한번 타보겠다는데 너무하는것 아니냐고 하소연합니다. 노수동을 보면 평소에 자신이 남에게 어떤 이미지인줄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괜한 엄살에 자기애가 강하고 예민하기만 한 그가  주변에 좋은 이미지를 남기긴 어렵죠. 겁이 많고 예민한데다가 생생내기 좋아 하는 분들....의외로 세상에 이런 노수동 스타일의 성격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조그만 한가지만 도와줘도 일일이 고맙다는 인사를 받지 못하면 삐져 버리고, 내가 이런 상황인데 왜 주변에서는 안 알아주나 하고 은근히 많은 신경을 쓰는 그런 타입이죠. 그러니 그가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 샀다고 말해도 식구들은 크게 공감해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 보면 괜히 아무 이유 없이 노수동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건 아닙니다. 남자들은 40대 이상 60대에 이르러서도 오토바이크를 몬다는데 있어서 바라마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감자별노수동은 오토바이를 사놓고 모셔놓고 있다. 사긴 샀는데 탈줄 모르는 그.

 

 

생색내기 좋아하고 자기애가 강하며 소미하기까지 한 노수동이 자초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식구들 역시 노수동을 그리 살뜰하게 챙겨주진 않습니다. 자업자득이라 하기엔 노씨집안의 구성은 많은걸 느끼게 해줄 만큼 자기 색을 담아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죠. 누구보다 자기애가 강한 노송의 아들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 끝내 노민혁 마저 산수의 빌려주고 빼는 개념을 알아 버리자 괜히 세상에서 노송 자신만 모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데...나중에 노년이 되었을 때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지식적으로 외톨이가 된 기분을 우리도 모두 느끼게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비록 시트콤이지만 웃음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대본을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노수동이 오이사 앞에서 할리를 타본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나뉜다는 말을 하는 장면을 보고 끝내 버리지 못하는 그 허세에 웃음이 나오더군요. 자신이 직접 타진 못했지만 길선자(오영실)의 뒤에라도 타본 그 경험을 그렇게 바꿔 말한다는 게 웃기면서 한편으로는 바쁘게 살아 가며 하고 싶은걸 못하고 살아온 중년의 이야기라 생각하니 그리 나쁘게만 보이진 않았습니다. 많은걸 억누르고 살아가는 중년남성의 버킷리스트에 오토바이가 종종 이름을 올리고 있는건 우연이 아닐 겁니다.

감자별은 흥미로운 시트콤 드라마입니다. 전형적이지 않으면서도 기존 드라마의 흥행공식과도 같은 가족구성을 갖고 있기도 하죠.

가장 대표적인게 노수영의 존재인데요. 철없는 말괄량이에 변덕이 죽끓듯 하는 그녀는 줄리엔강과 사귀다 국내로 귀국한 이후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하는 장면으로 첫 등장을 꾸미면서 감자별이라는 독특한 시트콤의 한자리를 강하게 꿰어찰 것으로 기대 되었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장율(장기하)에 끌리고, 줄리앤은 멀리 하는 정도의 아주 흔한 내용정도 밖에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케이블 드라마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케릭터에 있죠.

제작현장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파격을 따로 요구하는게 아니라 모든 연출이 파격이라고 말할 정도라 생각될 정도로 tvN에서 기존 제작 방영된 여러 드라마가 대부분 그러했었습니다. 응답하라1997은 잘 짜여진 스토리와 연출 외에도 정은지라는 신인 배우를 강력하게 푸쉬해주었는데 이는 케릭터를 살리는게 케이블드라마의 최대 장점이며, 자유로운 연출로 케릭터를 살리자 드라마는 흥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멀리 볼것도 없이 하연수가 그런 케릭터를 직접 연기하고 있죠. 물론 지상파 시트콤 역시 많은 파격적인 시도를 해왔다고는 하지만 tvN이 시도하는 신선한 파격은 더하면 더했지못하지 않습니다. 아예 제목부터가 지구를 향해 오던 소행성 하나가 부딪힐 뻔 하고, 결국 달 처럼 지구를 돌게 된다는 설정은 지금까지 어디서도 시도된적 없는 소재이며, 하연수는 몬스타에 이어 쉬지 않고 작품에 출연해도 그리 식상함 같은게 없는 신인이며, 전작보다 더 발전한 연기로 소위 "깨는 연기'로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장기하장율은 자신을 찾아온 줄리앤에게 자신도 수영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3시간전부터!

 

 

장율(장기하)이 사는법

 

노수영은 재벌후계자들의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장율을 프린스라 생각하고 가까이 하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게 아니었다는것을 깨닫고 나서도 그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더욱 타오르는 걸 느끼고 심적인 혼란을 겪게 되는데, 노수영의 솔직하고 당당한 성격은 자신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금새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장율에게 다가섭니다.

 

장율의 케릭터는 말을 해도 바로 반응하지 않고, 아니 못하고, 조금은 뜬금 없으며, 음악을 사랑하는 청년입니다. 현재까지의 장기하는 이런 장율을 잘 연기하고 있죠. 물론 완전히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연기초보치고는 잘 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점점 케릭터를 끌어 올려야할 때가 왔습니다.

 

기대되고 있던 노수영이 장기하와의 시너지로 더 빛을 내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그저 보고 있으면 재밌긴 하나 그렇다고 빨려들거 같은 그런 재미는 아니고 그런 상태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보니 기대는 점점 사그러들고, 그저 그런가보다 하며 보게 된다는 이야깁니다.

 

장율이 수영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보면 이 케릭터가 얼마나 독특한지 알 수 있는데요. 노수영이 화가 나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힌트를 얻어 노래를 만들어 부르다가 호감을 갖게 되었다니 참 독특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네요.

 

감자별장기하는 위의 문자를 보고 영감을 얻어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그러면서 호감이 생겨 사귀자고 답 문자를 보내온다.

 

노수영이 사는 법

 

 

존재감은 스스로 만들어 내야죠. 이왕이면 PD가 그리고 작가가 좋은 역할에 좋은 대사로 케릭터를 살려 준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사실 스스로 살려 내야 하는 부분이 배우의 숙명이죠. 외모와 목소리 연기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며 결과로 드러나야 하는데 결과를 잘 이끌어 내어 극의 플러스가 많이 되고 나아가 이끌정도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노수영 역을 맡은 여배우가 감자별이란 시트콤드라마에서 뿐 아니라 앞으로 배우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정말 맡은 역할마다 살려낼 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이 글에서는 노수영의 문제라기보다는 장기하가 지금도 어느정도 독특한 케릭터 구축이라는 측면에서는 만족할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조금은 더 분발할 필요가 있고, 그것이 결국 상대역인 노수영과 함께 시너지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감자별사귀자는 문자에 감동먹은 노수영.

 

 

감자별 16회에서 여진구가 재등장하면서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지려는 모양입니다. 총 120회라는 긴 여정의 시작일지도 모르지만 벌써부터 등장인물들은 케릭터는 대부분 잡혀 있고 보다 깊은 이야기로 접어들 시기라고 본다면 장율과 노수영이 들러리로 끝나지 않으려면 보다 둘의 보다 케미돋는 분위기가 연출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보는 사람도 즐겁고 연기하는 장기하와 서예지 모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테지요.

 

신사의품격에서 윤진이가 임메라이 역을 맡아 큰 관심을 모았던 것처럼 서예지에게 그런 기회가 왔다면 보는 시청자들도 즐거울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나와줘야 하고, 반응이 좋아야 다시 분량도 많을 테니 장기하의 보다 더 적극적인 연기가 필요한게 아닐까 싶네요.

 

물론 필자는 지상파 드라마는 거의 안보고 감자별 과 응답하라1994 정도만 봅니다. 케이블 스타일의 시청자로 바뀐지 2년이 넘네요. 그 시작은 '인현왕후의남자'였고, 지금은 응사네요.